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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문석주 : 프로그램 개발자가 선택한 안정적 미래

돼지를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하동 땅에 정착한진 10개월을 넘어섰다. 내가 직접 교배하여 태어난 새끼들을 보니 자식을 새로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면서 사료 바가지를 드는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뒤돌아보면 양돈업을 새로 시작하느라 정신없이 10개월을 보낸 듯하다,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뒤돌아보며 나처럼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1. 프로그램 개발자에서 양돈으로 귀농 전 나는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개발자였다. 약 8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과장까지 승진도 하고 업무 전문성까지 인정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매일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며, 업무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생활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으며 개발자라는 직업이 40대 이후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가 어려운 탓에 장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돼지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해 본 건 5년 전부터였다. 내 주요 개발업무가 양돈에 관한 것이었기에 양돈생산과 경영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다. 물론 전국에 있는 많은 양돈장에도 자주 가보게 되면서 양돈의 꿈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러나 집사람에 대한 설득, 사업을 하기 위한 밑천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선뜻 시작을 못하고 그저 돼지 키우면서 살겠다는 이야기만 아내와 주변 사람들에게 하곤 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친분이 있던 양돈 컨설턴트에게서 하동에 임대농장이 나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밑천이 없어 시작 못하겠다는 이야기에도 돈까지빌려주며 도와주겠다는 그의 설득으로 농장을 직접 찾아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눈에 든 건 아니었지만 이미 돼지를 키우고 있던 곳이라서 시설투자 비용이 들지 않아 시작하기에는 괜찮은 농장이었다. 때마침 정부에서 귀농인 창업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부족했던 사업자금도 융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곧바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게 되었다. 2. 귀농준비는 농장일에서부터 귀농 결정 후 여러 가지 준비할 일들이 생겼다. 창업자금 신청과 이사, 사업계획 구상 등등. 이중 가장 시급한 일은 돼지 키우는 일을 직접 배우는 것이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들었어도 실제로 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책상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상황에서의 일은 많이 다르죠! 눈으로, 손으로 경험된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양돈에 필요한 지식을 책과 말이 아닌 체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돼지가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료주는 법 등등 을··.”그래서 귀농대상지인 농장에 먼저 들어가서 일을 도와주며 교배하는 법, 사료량 조절하는 법, 환기 조절하는 법, 예방백신 놓는 법, 태어난 새끼 관리하는 법, 돼지 이동시키는 법과 출하하는 법, 용접기술 등을 배웠다. 이로서 돼지사육의 전 과정에 대해 실습을 해 봤기에 양돈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들게 된 것이다. 3.창업계획은 구체적으로 귀농인 창업자금 신청을 위해서는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계획을 단순히 자금신청을 위한 문서작업 정도로 생각하면 안된다. 농업은 어디까지나 경영이고, 철저한 경영계획없이 무턱대고 덤벼들면 실패하기 쉽다 정확하게 몇 두 규모로 할 것인지,농장은 몇 두를 키울 수 있는지, 모돈은 몇 마리로 시작할지, 생산목표는 얼마로 잡을지, 사육두수의 변화에 따른 월 생산비의 변화, 첫 출하시기까지의 투여될 총 비용에 대해 계산하여 자금계획을 새워야 한다. 작년 9월 모돈을 처음으로 구입했고 그 모돈을 교배하여 교배한 모돈이 새끼를 낳아 그새끼가 자라서 출하하는 시점이 올해 9월이다. 종돈 구입에서 첫 출하까지가 1년이라는 기간이 걸리는 것이다. 출하가 시작될 때까지 수익은 없고, 매월 사육두수의 증가로 사료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부족한 사료비를 외상구매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었으나 귀농하고 나니 주변 분들의 자금융통 정보를 많이 듣게 되었다. 도진흥자금, 축협종합자금 등 운영자금 자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지금 신청 준비 중이다. 4.다양한 귀농 지원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자 내가 여기에 자리 잡기까지는 하동군의 다양한 귀농지원책 도움이 컸다. 사업 시작시 목돈이 필요할 때 귀농인 창업자금의 도움이 있었고, 귀농 후에는 주택수리지원금이 나와 농장 숙소의 지붕수리와 도배, 부엌수리 등을 할 수 있었다. 귀농을 하니 면사무고에서 전입세대 지원금을 주었고, 영농정착지원금도 주어 농장에 필요한 공구를 사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지금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무료로 다니고 있다. 수원에 사는 조카 유치원 입학금이 백만원이나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여기 하동은 참 지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다양한 귀농지원정책이 더 있는데 하동군 홈페이지나 면사무소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나에게는 동네 이장님이 친절하게도 귀농에 관련한 지원공문이 나오면 알려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5. 지역민과 친해지기 외지인이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농장에 들어오자마자 만나는 사람들에게 꾸벅하고 인사했다. 누구지? 하는 얼굴로 처음에 대하던 분들도 귀농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연세가 높은 분들이 대부분인 마을에 젊은이가 들어온 것이 반가운 일이었나 보다. 가끔 사료 수레를 끌고 가는 나에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웃으면서 하신다. 마을 총회에 참석해서 정식으로 인사도 했고, 마을 영농회 회원으로도 가입해 모임에 나간다. 영돈은 주변에 냄새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웃주민들의 양해가 필수 조건이다. 다행이도 이웃 분들이 잘 대해 주신다. 술도 사고 읍내 심부름도 해 드리곤 한다. 밖에 나가 있을 때 농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까지 해 주시니 안심이다. 6.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어려움들 책상에만 앉아서 자판만 두드리던 사람이 힘든 일을 하려니 몸살이 자주 났다. 삽질이나 돈사 수세가 있는 날이면 여지없이 온몸이 쑤신다. 가장 괴로운 것은 몸살이 나서 일어나기 싫어도 돼지 밥은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쉬는 날이 없다. 그래도 직장 다닐 때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쉬었는데··. 돼지 수가 많지 않아서 아직 사람을 쓰기도 그렇다. 어디 멀리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 친가인 인천이나 처가인 수원에 갈 수가 없어 아버지와 장인장모님이 직접 내려오시기도 했다. 돼지가 스톨 사이에 끼어서 죽는다고 소리친다. 발로 아무리 차고 밀어도 소용없어 결국 그라인더로 스톨을 잘라내고 돼지를 꺼낸 후 스톨은 다시 용접해서 붙였다. 돼지얼굴에 장화자국이 남았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파이프가 얼어 터져서 물바다가 된 적도 많았다. 처음으로 교배한 모돈들 중 날씨가 추워 유산하거나 임신 실패가 된 모돈들이 나타났다 . 첫 출하 물량이 계획보다 줄 것 같다. 철저한 계획과 실습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른 양돈가들과 컨설턴트의 자문을 많이 구했다. 양돈은 참 어렵다. 7. 부푼 꿈을 안고 하지만 새로 태어난 새끼들의 눈망울을 보니 그동안의 시름도 모두 잊게 된다. 조그만 것들이 꿀꿀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나에게 활력을 준다. “많이 먹고 얼른 자라다오” 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3주마다 계속 새끼가 태어난다. 곧 농장도 돼지로 꽉 찰것 이다. “토실토실 잘 자라서 맛있는 돼지가 되어라.” 주문을 외우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본다.